이 책의 9장은 ‘속임수로 포식자 따돌리기’에 관해 설명한다. 그 대상이 되는 곤충이 ‘검은제비꼬리나비’다. 번데기 상태와 얼룩나방 상태 두 단계에서 관찰해 그 결과를 언급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얼룩나방 상태의 결과다. 물론 번데기 상태에서도 배경색이 같은 곳의 번데기들이 반대의 경우보다 포식자의 습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음을 저자는 밝힌다. 그런데 얼룩나방이 살던 숲이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 19세기에 석탄을 때는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해로 인해 공장 부근에 자리한 숲의 나무 기둥이 검어졌고, 나무껍질에 붙어서 자라던 이끼도 사라졌다. 밝은색 얼룩나방은 검은 나무 기둥에 붙어 있을 경우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1848년 검은색 얼룩나방 한 마리가 산업도시 맨체스터 인근에서 과거에는 모두 밝은 색이었던 집단 가운데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1898년경에는 맨체스터에 서식하는 얼룩나방 개체 수의 약 95퍼센트가 검은 색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이런 내용을 서두에서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이 철저하게 자연선택에 의거한 진화론에 근거해 곤충의 생활양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이렇게 자연선택이 이끄는 진화는 30만 종이 넘는 식물과 120만 종이 넘은 동물을 만들어냈으며, 그 동물종 가운데 90만 종이 곤충이다. 이들 곤충 집단은 우리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만약 곤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농업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테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이라는 존재도 더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중 2퍼센트 미만만이 제멋대로 굴면서 인간이 재배한 곡물을 먹어치우고 질병을 옮기는 등 갖은 만행을 저지르면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오직 극소수 곤충만을 해충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왜 이 책에서는 해충만을 그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삶과 생활양식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을까?

한 가지 이유는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무해 곤충보다 극소수에 불과한 성가신 곤충종에 관한 지식이 한층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충은 경제적으로 중요하므로 언제나 해충이 아닌 곤충보다 더 많은 연구 비용을 투자했으며, 더욱이 연구를 위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 과학 기초 연구의 ‘실험동물’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것은 “해충이란 인간 활동을 간섭하는 곤충종”을 말한다(90만 종 가운데 채 2퍼센트도 안 된다면 몇몇 곤충종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과 몇몇 곤충종은 항상 동시에 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투쟁하며, 그 투쟁이 치열한 것은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가 양쪽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탓이다. 우리 인간은 흔히 스스로를 자연의 주인이자 정복자라고 여기지만, 곤충이야말로 인간이 그러한 시도에 나서기 훨씬 전부터 세상을 통제하고 완전히 장악해왔다. 그들은 인간이 그들 고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마다 어찌나 집요하고 능란하게 저지해왔는지 인간은 그들을 상대로 그 어떤 중요한 우위를 점했다고도 우쭐대기 힘든 처지다.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생존을 위해 모든 동물의 삶은 세 가지 임무의 지배를 받는다. 먼저 우리가 늘 보아온 대로 자기가 속한 종(種)을 재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그렇게 하기 위해 잡아먹히는 것을 피해야 하고, 성적으로 성숙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먹고 성장해야 한다. 도서출판 에코리브르.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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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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