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문화사회학자인 크리스토프 리바트가 레스토랑이라는 현대적 공간이 빚어내는 다층적 풍경을 조망한다. 『레스토랑에서』는 파리의 첫 고급 레스토랑에서 맥도널드에 이르기까지 대중적 식사 장소가 제공해 온 맛과 공간, 문화·사회적 역할을 두루 살피면서 오늘날 다채롭고 역동적인 미식 문화가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조목조목 보여준다.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교차하면서, 저자는 18세기 초에 처음 출현한 레스토랑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가를 살핀다. 1760년 무렵 레스토랑의 주된 고객은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 귀족과 엘리트들이었다.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았고, 그들은 궁정에서 접하던 것처럼 더 많은 맛을 원했다.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레스토랑은 더 다양하고 더 고급스러운 맛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먼저 파리가 레스토랑의 도시가 되었고, 이후 프랑스가 레스토랑의 나라가 된다. 레스토랑이 프랑스 전역을 뒤덮으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미식가들이다. 19세기, 미식은 아직 오직 프랑스만의 문화였다. 그러던 것이 만국 박람회 등의 대규모 인적 교류를 통해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퍼져 나갔다. 20세기에는 레스토랑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고 서민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곳도 마땅히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은 언제나 북적이는 장소다.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레스토랑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그렇게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가들의 단골 주제가 되었고, 트루먼 커포티가 20세기 후반의 사회와 정신의 초상을 그린 화폭이 되기도 했다. 레스토랑의 뒤편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뒤편에 있다. 이처럼 책을 통해 자세하게 레스토랑을 들여다보고 들고나면서 실상 우리는 늘 그 안에 있음을, 레스토랑은 병렬되어 있는 세상의 축도, 소우주임을 깨닫게 된다. 도서출판 열린책들.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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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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