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은 어린 시절 사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나이에 비해 알고 있는 지식이 많았고 주변에서 걸어 다니는 사전이라고 할 만큼 박학다식했다. 이런 어린 시절의 지식들이 작가로서 활동하는 자양을 제공했다. 아크릴, 유화, 나무 조각, 돌 조각, 에폭시, 꼴라주등 다방면의 작업을 했다. 관심이 가는 소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걸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나 기법을 연구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제작과 파기를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경험들이 현재의 작가를 만들어 냈다. 요즈음은 다방면의 관심을 하나의 작품에 녹이는 과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Type 시리즈 (활자 시리즈)와 Continuum 시리즈 (오브제 시리즈)로 보여준다.

이진용은 5곳에 작업실을 두고 일주일 동안 동선과 시간을 계산하여 작업을 한다. 초창기부터 사용하고 있는 달맞이 고개 부분 1작업실에서는 최종 작업이 완료된 작품을 보관한다. 달맞이 고개 2작업실에서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3작업실에서는 활자의 모형을 뜨는 작업과 목판에 부착 및 건조하는 작업을 한다. 4작업실에서는 회화작업과 과거 작업 및 수집품을 보관하며, 5작업실은 예민하고 세밀한 작업을 하고 손님과 한담하며 차를 마시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진용은 엄청난 양의 골동품을 수집한다. 그 중 그가 중점적으로 모은 2종의 수집품이 있다. 보이차와 침향이다. 오랜 기간 수집한 보이차와 침향은 이진용의 작업에 중요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진용은 30년 가량 홍콩과 대만에서 보이차와 침향을 수집했다. 수집한 차를 작업 중에 마시고, 침향을 작업실 곳곳에 배치하여 작업실에 침향의 향이 24시간 풍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가는 보이차와 침향이 하루 3시간의 수면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진용은 현재가 작가로서의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남들의 시선과 자신의 만족도를 위해 작업을 했다면 현재는 그런 외부와 내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최고의 감각을 이끌어내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

상하이 하오아트뮤지엄 윤재갑 관장은 “이진용 작가 스스로도 작품속의 어떤 책도 현실속의 어떤 책을 보고 그린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작업실에는 사방 빼곡히 책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은 사실입니다. 그는 수많은 책의 체취를 맡고 그것을 그림 속에 옮겨 놓은 것입니다. 시각과 망막에 의존해 그린 게 아니라 오감으로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차를 음미하고 향의 체취를 느끼듯이 봐야합니다. 망막과 시각에만 의존하거나, 구상과 추상의 이분법에 젖은 사람들은 이진용 작가의 일부만 보기 십상입니다. 시는 소리 내서 읽어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고, 우리가 간절히 기도할 때 두 눈을 감듯이, 오히려 눈을 감고 오감으로 느껴야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형상사유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고, 온 몸으로 타자와 사물들의 떨림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진용 작가가 사물들을 대하거나 작업을 하는 태도도 그렇다.”고 평했다.

1961년에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아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로타리 갤러리(1984)에서 첫 전시를 열었으며, 상하이 학고재(2015)에서 개인전을 가진 뒤,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아모리 쇼, 아트 퀠른, 시카고 아트페어, 베이징 아트페어등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석했다. 한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주대학병원, 호암미술관, 부산일보 등에 작품이 소장됐다. 야외조각대전 우수상(1991), 동아 미술대전 특선(1990), 세종 미술대상 대상(1984)을 수상했다. 서울 학고재 갤러리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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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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