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숙명으로 맺어진 공동운명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맺어진 도미노 같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 쓰러지고 일어설 때도 같이 일어선다. 사람이 어찌 늘 웃을 수만 있겠는가. 살다가 보면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웃음과 울음이 섞일 때도 있다. 수많은 문제가 가족 앞을 가로막고, 수많은 문제가 가족의 힘으로 해결된다. 가족은 가장 약하고, 가족은 또 가장 강하다. _김용택 ‘시인의 말’ 중에서

요즘 대화의 단절, 빈곤, 이혼, 가출 등으로 가족 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이 많다. 건강한 사회의 기본 축인 가족이 무너지면서 사회 여기저기가 흔들리고 있다. 건강한 가족의 회복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웃는 얼굴’로 유명한 화가 이순구가 ‘웃는 가족’의 모습을 작품으로 그렸다. 2007년부터 시작된‘웃기 시작하는 회화’는 올해로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얼굴의 반을 차지한 입, 가지런하게 줄맞춰 웃고 있는 하얀 치아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까지 삼대가 함께 웃는 대가족, 포옹하고 있는 부부, 얼굴을 맞댄 아빠와 아들, 웃는 모습마저 똑같이 닮은 쌍둥이 자매, 보기만 해도 장난기가 뚝뚝 떨어지는 개구쟁이 남매 등 활짝 웃는 가족의 모습은 그 모습 자체로 활력과 행복을 준다. 여기에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의 가족을 노래한 시가 함께 만났다. 영원한 시적 영감의 원천 어머니, 시골에서 손자 손녀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 곧 태어날 딸을 기다리는 시인 아빠의 떨림 등 사랑과 애정, 존경이 담긴 가족에 대한 마음을 시인의 언어로 표현했다. 독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선물 같은 책을 통해 행복과 사랑, 위로를 받게 된다.

이순구 화가가 ‘웃는 얼굴’을 11년째 그리고 있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어느 날 초등학생 아들이 그린 ‘아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행복을 주는 게 ‘웃음’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서양화와 만화를 조화롭게 결합해 ‘웃음의 기호’를 탄생시켰다. 회화의 기법인 유화와 아크릴물감을 사용하고, 만화의 특징인 캐릭터를 만들어 ‘웃는 얼굴’을 만든 것이다. ‘웃음의 기호’로 완성된 얼굴은 낯설음이 없고 친근하다.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웃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탄생한 이순구 화가의 웃는 얼굴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행복을 준다. 작품을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의 전염성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순구 화가가 개인전을 열면 바다 건너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 웃는 그림을 보기 위해 찾아올 만큼 그 반응이 뜨겁다. 『웃는 가족』은 이순구 화가의 작품 가운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표지부터 책을 덮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이 가득하다.

이 책에는 웃는 가족 그림과 사랑과 행복이 가득 담긴 가족을 노래한‘시’가 함께 실려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김용택 시인의 작품 가운데 가족을 노래한 시만 골라 엮은 것이다. 가족은 숙명으로 맺어진 공동운명체라는‘시인의 말’처럼 시 속에 녹아든 끈끈한 가족 사랑이 이 책을 보는 독자로 하여금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뜨인돌출판사.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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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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