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성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도구들은 그 전통과 역사가 있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전통속에 현대적 감성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대의 시대적 코드를 담아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예술가들이 천형처럼 짊어지고 있는 무게이기도 하다. 지금 서울 청담동 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경희 작가의 ‘차와 향도구’전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전시회다.

전통의 문양과 전통의 기법을 사용하여 현대적 감성을 향도구와 찻잔에 담아낸 것이다. 순백의 백자위에 알듯 모를듯 새겨진 창살문과 문양들은 너무 기계적 도구에 물들어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주의에 대한 감성을 일깨운다.

신경희 작가의 이번 작품은 크게 2개의 분야로 대별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바로 향도구들이다. 선향과 뿔향을 태울 수 있는 긴 통나무형태의 향도구는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찻자리에 보조적인 도구로 또한 오브제적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문향기도 마찬가지다. 여린듯 강건한듯한 선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향재료를 담을 수 있는 향합은 마치 정교한 보석함을 보는듯이 공을 들였다.신경희 작가가 이번에 풀어내놓은 향도구들은 그동안 국내작가들에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라고 보여진다. 차생활속에 어우러진 향도구들을 미학적이며 과학적인 관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신경희 작가는 두 번째 작업은 바로 다관들이다. 마치 작은 항아리를 보는듯한 담백한 선을 가진 다관위에 다양한 형태의 입체적 작업들을 해냈다. 매순간 숨을 쉬듯 정교한 작업에 담긴 작품은 봄 햇살에 피어난 꽃봉우리처럼 세밀하다. 신작가의 세밀함은 작품에 예술적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봄을 맞아 서울 한복판 청담동 민갤러리에서 오는 4월 5일까지 열리는 신경희의 ‘차와 향도구’전에 꼭 가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우리가 일어버린 작가주의와 현대적 감성이 주는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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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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