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먹방, 요리 대결, 맛집 기행 등. 방송에서 다루는 음식 소재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직업군 가운데 요리사가 점점 늘고 있다. 또 ‘혼밥’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인스턴트식품 종류도 놀랄 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은 오직 소비하는 데 집중되어 있으며,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이 음식의 가장 큰 미덕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렇듯 요리사가 많아지고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지만, 한편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늘고 있다. 왜일까.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은 다시, 사찰음식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고 한다. 사찰음식이 산문山門을 나와 대중의 곁으로 내려온 지 30여 년이다. 그동안 사찰음식은 우리 곁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움직여 왔을까. 혹 사찰음식은 중식, 일식, 한식처럼 음식의 한 종류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선재 스님이 30년 넘게 ‘음식 수행자’로 살면서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묶었다. ‘삶의 근본으로서의 음식이란 무엇인가’, ‘몸과 마음과 음식은 어떤 관계인가’, ‘수행자의 음식이 현대인에게 왜 절실한가’ 등, 여기에 ‘한국인이 사계절 꼭 먹어야 하는 사찰음식 51가지’ 등 일상에서 당장 해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레시피를 담았다. 이를 통해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음식과 생명의 가치, 곧 모든 생명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식은 곧 생명,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스님은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자.”고 한다. 스님이 평소 많은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데는 욕심내서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비우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그리하여 정말 먹어야 할 음식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이끈다. 사찰음식을 배우기 전, 사람들은 세상에는 엄청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조금 배우고 나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깊이 이해하고 나면 다시 세상에 온통 먹을 게 천지라고 말한다.

보통 음식은 맛을 좇아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그 맛은 정말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의 입맛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맛을 알고, 혀의 맛만 좇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해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사찰음식에서는 3가지 맛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음식의 에너지가 주는 맛, 기쁨의 맛, 기氣의 맛이다. 음식의 맛은 식품 그 자체의 맛이고, 기쁨의 맛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맛이다. 기의 맛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맛이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을 먹고 지혜를 터득해가는 기쁨을 얻는 것이 바로 수행의 맛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삶을 충실하게 채워 나가는 맛,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맛이다. 불광출판사.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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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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