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만큼이나 죽어서도 그 운명이 기구한 조선의 왕비들이 있다. 국모로서 금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고 대를 이을 대군을 낳아야 했으며, 주변의 눈과 귀에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조선의 왕비들. 화려한 운명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그들은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 이 책은 조선이 버린 11명의 폐비들의 이야기다. 죽은 후에 복위된 왕비도 있었으나 끝내 복위되지 못하고 폐비로 남은 왕비도 있다. 비록 조선에게 버림받았지만 그녀들은 조선 왕비사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 전체를 이끌어왔음에 틀림없다. 그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져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한생을 살았던 다사다난한 역사의 증명,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조선이 버린 왕비들』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쉽게 주제를 나누었고, 딱딱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저자의 견해를 곁들여 수필 형식으로 풀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 수 없다지만 이 책에서는 가정과 추측이 많이 들어간 이유다. 아울러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대여섯 번까지 답사를 거듭하여 직접 찍은 사진들과 설명을 골라 실었다. 독서량이 적은 독자들을 위해 책에 실린 사진과 설명만 읽어도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방대한 자료와 저자의 친절한 설명, 그리고 이해하기 쉽도록 수록된 부록들까지 한 권의 책으로 조선 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이 버린 왕비들』은 주제가 명료하고 일관성이 있어 놀라웠다. 11명의 폐비들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한 답사와 함께 버무려 낸 솜씨가 일품이었다. 역사 에세이식 구성을 통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완성도도 높았다. 수필 분야에 중요한 전범이 될 수 있는 단행본으로 평가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문예춘추사.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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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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