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우리나라의 제다법의 원리를 설명 하였지만 차맛도 같은 녹차라도 맛의 선호도와 쓰임새와 물의 질에서 당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차 맛은 어떤 것일까? 음식을 조리하는 요리사는 기본적인 조리과정을 따라 만들지만 마지막 요리의 완성은 결국 요리하는 사람의 입맛에 있는 것처럼 차를 만드는 사람도 기본적인 법칙에 맞춰 만들어가지만 요리사와 같이 만드는 사람의 입맛으로 잘되었는지 덜되었는지 판단하게 된다. 전통차란 아무래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맛으로 개인이 자신의 취향대로 섣부르게 좌지우지 변화 시킬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맛을 설명하고자 하면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서로 가장 잘 알고 있는 밥맛으로 견주어 말해야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밥맛은 뜸이 푹 들어 잘익은 쌀알마다 윤기가 흐르고 구미가 당기는 향이 나는 가마솥 밥이다. 잘 지은 밥은 들큰하고 맛있는 향이 나며 한 수저 떠 입안에 넣으면 미감도 부드럽고 몇 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넘어가며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좋고 몸이 훈훈해 지며 소화도 잘된다. 이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밥맛이다. 뜸이 덜 들거나 불을 일찍 잦혀 설익은 밥맛을 어떠한가. 우선 밥 냄새가 풋내 즉 생쌀냄새나 뜬물 쌀 비린내가 난다. 미감은 부드럽지 못하고 목넘김도 좋지 않고 먹고나서도 속이 더부룩하고 편치 않다.

더 많이 설익은 밥은 처음부터 그대로는 먹지 못한다. 뜸들이기를 늦게 한 탓에 살짝 누른 밥은 어떤가. 잘지은 밥과 같이 구미를 당기는 밥향에 약간 누른 향이 더해진다. 미감은 부드럽고 목넘김도 좋다. 먹고나서 소화도 잘 되고 기분도 좋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밥맛이 최상 이라면 그것 만은 못하다. 뜸들이기가 많이 늦으면 탄밥이 되는데 이는 실패한 밥으로 다시 짓게되는 불상사가 된다. 이제 차맛을 연상해 보자. 잘 만든 차맛은 잘 지은 밥과도 같이 구미를 당기는 좋은 향기가 난다. 미감이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다.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훈훈해 진다. 설익은 차는 설익은 밥과 같이 풋내가 나고 미감이 쓴 맛이나 떫은 맛이 많아 부드럽지가 못하다. 마시고 나면 속이 거북하고 심할 경우에는 속이 쓰리기도 한다. 누른 차는 그런데로 마실만 하지만 차맛의 진수는 아니다.

탄 차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차 맛은 밥맛보다 더 복잡해지는데 차는 첫 탕 뿐만아니라 여러 번 우려 마시기 때문이다. 첫 탕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차맛이었다 하더라도 두 번째 탕에서, 세 번째 탕에서 위와같은 단점이 들어나면 제대로 만든 차라 할 수 없다. 다시 부연하자면 차는 특별히 풋내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풋내가 나지 않아야 한다. 미감이 부드러워야 하고 쓴 맛 떫은 맛이 나지 않거나 조화를 이루는 정도여야 한다. 마시고 나서 속이 편안해야 한다. 제대로 된 차를 만드는 것은 매우 고된 일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쉽게 많이 만들 수 있을까 자칫 꾀를 내기 십상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지식을 동원해 당위성을 부여하고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로 미화시킨다. 그러나 차는 차로 이야기 한다. 한 과정이라도 허투루하면 그 본전이 다 들어난다. 차 만드는 분들 중에 한 분이 최근에 이런 말을 물었다.

“스님 제 차는 왜 품평대회에 가면 상을 받지 못하는 거죠?‘

‘잘 못 만드나 보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웃었으나 입맛이 여간 쓴게 아니었다. 그 분은 아주 차를 열심히 제대로 만드는 분이었기에 더 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차 제대로 만들어 80도에서 5분간 우리면 성분이 한꺼번에 다 우려져 제대로 맛을 볼 수 없다. 여러 번 덖기를, 비비기를 반복하고 마무리 과정도 여러 번, 그렇게 하고 나면 잎 끝이 부서지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품평기준에 안맞는다. 우리나라 차가 우리나라 차를 품평하는데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품평기준에 맞춰 차 만드는 방법을 바꿔야 하나 아니면 품평기준을 바꿔야 하나 우문 아닌 우문을 던져 본다.

‘상 타서 뭐 하실려구? 프랭카드라도 거시게?’

‘스님, 우린 그런게 필요해요. 뭘 모르시네. 그런 거라도 걸어야죠...’

다시 말하자면 차의 품평이 차를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품평의 기준에 들기위해 차 만드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차 품평이 제다법에 변화를 크게 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서 보다 품평기준을 심사숙고 해 주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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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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