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의 중흥조인 초의선사의 《동다송》에 관한 단행본 도서, 연구서, 학술논문들은 이미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원문이 쉽지 않고 20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서 역자나 해설자들마다 설명이 다르고 해석이 엇갈려서 혼란 또한 가라앉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으로 오랜 세월 초의차에 몰두해온 여연스님이 이런 《동다송》에 대한 해묵은 해석과 해설의 문제점을 일일이 점검하여 가장 엄밀하면서도 체계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또 아름다운 우리말로 직역한 <한글 동다송>을 함께 제시하여 한자와 한문이 낯선 초심자라도 누구나 《동다송》의 참맛과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천천히 읽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차의 본질과 핵심을 깨달을 수 있는 아름다운 한글 버전 《동다송》이 탄생한 것이다.

핵심논쟁들에 대해 명쾌한 해설

초의, 다산, 추사는 우리 차문화사에서 매우 중추적인 인물들이자 수많은 논란의 주인공들이다. 예컨대 다산이 제자뻘인 초의에게 차 만드는 법을 가르쳤고, 그 제다법의 핵심은 구증구포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제다의 핵심 원리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우리의 덖음 녹차에서 구증구포는 얼토당토않은 이론이라는 것이 여연스님의 결론이다. 이미 구증구포로 만든 차들이 일부 유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여연스님의 결론은 명쾌하기만 하다. 책에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논리와 근거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 다산이 초의에게 차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는 주장 역시 이들보다 뒷세대인 《임하필기》의 저자 이유원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시작되어 오늘에까지 이른 엉터리 논리라는 결론이다. 다산이 초의에게 제다법을 가르쳤다는 이유원의 기록에 근거하여 많은 학자, 특히 우리 차 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여러 학자가 이런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여연스님과 이 책의 공저자인 한의사 나웅인 원장은 과거의 기록들, 특히 다산과 이유원의 행장을 꼼꼼히 점검하여 이 주장이 왜 성립될 수 없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우리 차 학계에 큰 파문과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결론이어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초의차의 핵심에 단숨에 진입

초의선사가 만든 차는 당시 조선 최고의 명품 차였다. 하지만 이런 명품 차가 어떻게 만든 어떤 형태의 차였는지는 기록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초의차’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류의 차들이 유통되고 있다. 초의차의 정체를 둘러싼 학계의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랫동안 이 초의차의 정체에 몰두해온 여연스님의 결론은 초의차가 특정한 한 가지 형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볼 때 덖음 녹차도 있고 떡차도 있으며 발효차 형태의 차도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보이차와 유사한 차를 만들었을 것으로 해석되는 기록도 있다. 또 초의선사가 ‘5종차’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도 이번 책을 통해 소상히 공개된다.

다른 한편으로 초의차는 선승이 추구하던 다선일미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신적인 의미의 초의차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시가 이번 책을 통해 공개된다. 추사의 부친 김노경이 일지암에 방문했을 당시 초의선사가 일지암의 샘물인 ‘유천’을 주제로 지은 시가 그것이다. 이 시와 관련된 일화 역시 세상에 알려진 김노경과 초의선사의 친밀한 관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어서 독서의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한의사와 함께 쓴 과학적 차생활 안내서

이 책의 공저자인 나웅인 원장은 한의사이자 여연스님과 함께 오랜 세월 차생활을 해온 차인이다. 선승답게 큰그림을 보고 순간적으로 흑과 백을 판별하고 대체와 요강을 파악하는 여연스님과 달리 논리와 이론과 과학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분석하고 학문적으로 정리된 결론만 신봉하는 학자다. 따라서 특정 논쟁과 관련된 두 저자의 관점은 때때로 판이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차의 시조로 알려진 신농씨를 두고 나웅인 원장은 전설에 불과하여 깊이 생각할 가치가 없는 인물로 여기는 반면, 여연스님은 신농이 동이족의 조상이자 차의 시조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저자가 한 권의 책을 공저함으로써 상호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특히 논리와 근거에 기반한 주장을 담은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 예컨대 나웅인 원장은 ‘차가 우리 몸을 냉(冷)하게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하여,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과 제다의 과정, 한의학적으로 분석한 차의 성미에 관한 내용들을 근거로 이 주장이 전혀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찻물에 관한 과거의 기록들을 끌어모아 분석하고, 오늘의 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찻물의 범위를 안내하는 등 현대인의 차생활을 위한 실질적인 안내를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4일 서울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차문화대전 본 무대에서 열린다. 도서출판 이른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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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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