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운남의 2,700년된 차나무. 그림 이경남
중국운남의 2,700년된 차나무. 그림 이경남

화정 和靜을 혼불로 삼으며

차 마시기를 생애 일로 한다네

무수한 세속일 중에서도

사람을 만나면 나는 차를 권하네

다촌 정상구鄭相九 <권차수행시 勸茶修行詩 >

차의 시작은 5,000여년 전으로 올라가 차의 종주국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운남 지역에 수 천 년 된 야생 차나무가 있는 걸로 보아서 차의 발원지가 중국인 것은 거의 확실한 듯 하다. 차가 인류에게 물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음료가 된 사실은 신농이 기원전 2,732년 차를 처음 발견하고 치료약으로 썼던 당시 부터 마시는 기호음료가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역사를 탐색함으로써 알 수 있다.

후한 시대(22-220) 중국 최초의 고대 의학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차를 마시면 유익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덜 눕게 되며 몸이 가볍고 눈이 밝아진다. 오래 복용하면 마음이 편하고 기운이 난다. 몸이 늙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차가 약용으로 씌였음을 말해 준다. 또 삼국지에서 관우를 치료했던 의학자인 화타華陀는 <식론食論> 에서 “차를 오래 마시면 생각이 깊어 진다.”고 하였다. 차는 약초인 동시에 식용으로 마셨다는 차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있었는데, 기원전 59년 사천성 출신 서생 왕포가 작성한 <동약 東約 >이다. 여기에는 노비인 편료가 해야할 일로 무양에 나가 좋은 차를 사오고, 차를 끓이며 다구를 씻어 놓을 것을 기록해 놓았다. 차를 끓인다는 표현은 ‘자차 煮茶’ 즉 ‘삶고 끓이다’는 의미인데 이는 현대의 ‘우려서 마시는 한잔의 차’가 아니라 ‘끓여 만든 한 그릇의 차 탕’을 뜻했다.

당나라 시대 (618~907) 다성 육우 陸羽의 <다경 茶經>에는 당시 사람들이 차에 소금, 파, 생강, 대추, 귤피 등 각종 향신료를 넣어 끓여서 먹었다고 기록했다. 찻잎을 채취하여 차 나물과 차 죽을 만들어서 식사를 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중국 변경 소수 민족들은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육우는 당시 사람들이 차를 이렇게 탕처럼 끓여 마시는 것을 “도랑에 물을 버리는 것과 같다”며 촌스럽게 생각하였다. 하긴 당시 찻잎은 그 시절의 제조법으로 볼 때 맛이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각종 향신료를 양념 삼아 넣어서 한끼 식재료로 쓰지 않았을까.

약용과 식용으로 사용되던 차를 도가道家사상의 관점에서는 단순한 치료약이나 식품이 아니라 신성한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생각하였다.도가道家는 혼란기인 전국시대(BC 480~221)때 시작된 이념으로 무위無爲의 삶을 추구하였다. 오카쿠라 텐신은 <차 이야기>에서 ”다도는 가면을 쓴 도교이다.” 라고 쓰고 있다. 차가 일상 음료가 되는데 도교가 큰 역할을 하였다. 도가의 아버지 노자도 세상을 떠나기 전 손에 한잔의 차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차가 병을 치료하는 약품이거나 끼니 해결을 위한 식품이 아니라 마음에 위로가 되고 정신 수양의 음료로 등극하게 된 배경에는 도교 뿐만 아니라 선불교의 승려들과 상류층 귀족과 문인들이 있었다.

차가 세계로 전파되는 경로. 그림 이경남
차가 세계로 전파되는 경로. 그림 이경남

그리하여 5,000여 년 전의 약초는 중국을 기점으로 7세기 경 티벳과 우리나라로 8세기에는 일본으로, 13세기 경 몽골, 17세기 러시아와 영국 그리고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이후 차의 최대 생산지이자 소비지인 중국은 물론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연간 1인당 티 소비량 1위인 터키, 이란 등 중동아시아, 케냐 등 아프리카, 아르헨티나, 페루 등 남미에 걸쳐 세계의 차 재배지역은 점 점 더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차의 소비 확대는 차의 재배 수요를 불러왔다. 당, 송, 명, 청대를 거치면서 차의 출생지인 중국을 비롯 인도, 스리랑카, 일본, 대만 등에서 최고급의 차가 재배 되어 왔다. 19세기 초반까지 아시아 국가들에서만 생산 되던 차 재배와 가공은 영국에 차가 소개된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소비량이 증가했다. 티백과 일명 스페셜티라고 불리우는 고품질의 다양한 특산차의 풍미에 매혹 당한 차 애호가들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아시아 국가를 넘어서 케냐,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이란, 미얀마, 아르헨티나, 태국 등 세계 각 국으로 생산지가 확대되었다. 2015년 165.8조달러(약 188조원)였던 세계 차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 (CAGR) 6%로 꾸준히 증가하여 2020년에 207.1조달러(약 239조원)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차 시장은 약 266.7조 달러(약 31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판매되는 홍차는 2020년 기준 240억 달러다. 향후 가장 높은 성장률은 녹차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2028년까지 약 300억 달러의 매출로 홍차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Statista Research Department, Oct, 10, 2022).

차는 이렇게 기나긴 역사를 인류와 함께 하며, 약용에서 식용으로 , 우려 마시는 기호음료로 전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제다기술의 발전으로 차는 더욱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 그리고 향과 맛을 품게 되었고 동서양 전 세계로 퍼졌다. 현재 세계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보다 약 3 배에 달하는 20억 여명의 차 인구가 존재한다. 이 사실은 차가 주는 건강상의 이점은 차치하고 차를 마시며 얻는 즐거움과 기쁨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차가 없는 세상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차로부터 세상은 세련된 이성과 따스한 감성을 선물 받았다. 차는 신농의 전설처럼 탁월한 해독과 피로 해소 그리고 몸에 생기와 활력이 넘치게 하며 마음의 걱정이나 불안을 없애서 신선의 경지에 이르게 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치료약이 아닐까. 아침을 부드럽게 깨우고 나른한 오후를 생기 있게 만들어 주며 심심한 시간에 재미를 주는 티타임이 없다면 세상은 참 지루하고 단조로왔을 것이다. 차에 깃든 정신은 단순한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서서 종교와 철학에 맞닿아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명확하게 ‘감별(鑑別)’하는 감각을 길러 준다. 차를 즐긴다면 누구든 골치 아픈 현실의 예리한 감별사이자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가요 기품 있고 우아한 귀인인이 될 수 있다. 반갑게도 최근들어 20~30 대 젊은 층이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느껴 진다. 차가 주는 선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면서 전 세계의 차tea 생산량과 소비량은 앞으로도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의세계사,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열린세상, 2012, p.16

차의 시간을 걷다, 김세리 외, 열린세상, 2020, p.13

차 이야기, 오카쿠라 텐신, 기파랑, 2012, p. 58

http://www.teasen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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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부산여자대학교 이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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