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새로운 이미지의 또다른 이름이다. 도예가는 그런 상상의 이미지를 흙과 불을 통해 현실화 시킨다. 생각과 현실은 늘 다를 수 있다. 도예가들은 생각을 현실속에 부합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도예가 신경희의 작업에는 늘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깃들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또 내일이 늘 다르기를 바라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개인전은 늘 설레임속에 기다려진다. 창작의 열망이 잔뜩 깃들어 있는 그의 작업에는 그의 깊은 영혼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동감同感이라는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이름은 ‘눈을 감으면 보이는 꽃: 상상花’전이다. 그는 그가 늘 상상해내는 그 무엇들을 우리에게 하나의 구체적인 실체로 보여준다. 그는 이번작업에 대해 이렇게 독백을 한다.

“꽃이 있다. 닿을 듯 가깝게. 작업실 한편에 매일 있다. 그런데 시들었다. 피었는데 내 속에서만 시들어 사라졌다. 현상은 가끔 인과율을 빗겨간다. 백면白面에 선을 그어 물성을 얻는다. 형태는 있느나 내면은 없으니 눈에 보이나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다. 불안의 한 형태로 다시 백면白面으로 간다. 1년전 꽃의 정원에 나비가 난입했다. 어울림에 웃었다. 옛 사람의 말처럼 꽃은 나비를 부르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나는 나비와 같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얻을 수 없을지라도 내 부실함을 원망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만들고, 가마를 켜고, 기다린다. 나는 꽃처럼 나비를 기다린다. 현상에 없는 꽃을 마음에 피운다. 눈을 감아도 볼 수 있도록,”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불끈 불끈 치솓아있는 흙의 근육들이, 때로는 아련한 안개속 산처럼, 때로는 거친 바다의 잔잔한 파도처럼 부드러운 율동이 들어있다. 그가 오랫동안 매달려 왔던 돋을새김기법이 주는 매력이 한층 원숙해진 것이다. 그는 돋을새김기법을 백면에 선을 그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작업이 선이 아닌 뭉침과 풀림의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고 본다. 안개에 쌓인 산들을 담은 합, 봄날 아지랑이 아래 함께 춤추는 나비의 꿈을 담은 보듬이, 한송이 흰겹 동백꽃이 춤추듯 피어나는 다관, 힘찬 기운을 이기지 못해 터져나온 형상을 담아낸 달항아리까지,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자신의 창작열을 활화산처럼 터트린다. 그리고 이번 작품전에 숨은 묘미도 있다. 그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그림을 선보인다.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고양이, 깊은 하늘속에서 하늘하늘 놀고 있는 나비그림은 그가 입체에서 평면으로 나아가는 또다른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경희 개인전은 이런점에서 매력적이다. 한발짝 한발짝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작가의 힘찬 발걸음은 늘 우리에게 즐거운 설레임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신경희개인전은 서울 인사1010갤러리에서 오는 26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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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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