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향이 진동하는 갓 짠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친 나물, 무쇠 솥에 군불 떼어 끓인 곰탕, 지글지글 온돌방에서 띄운 청국장으로 끓인 찌개,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하는 엄마표 김치…. 이상하게 엄마밥은 먹고 나면 힘이 난다. 『자연을 담은 엄마 요리』는 객지에 나가 험한 밥을 먹는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제철 식재료와 천연 양념으로 차린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밥은 먹었어요?”라고 묻고는 “아직 식사 전이면 밥 좀 잡수시고 가세요”라고 말하는 저자 배명자 선생님은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아들과 함께 장을 담그고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약이 되는 밥상을 차린다. 자연을 벗 삼아 욕심 없이 사는 시골 엄마가 만든 음식에는 이것저것 갖은 양념을 넣지 않아 간단하고 건강하고 맛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챕터를 나누고 제철 재료로 만든 계절마다 챙겨 먹으면 좋을 204가지의 건강 음식을 소개한다. 온 천지에 먹을거리가 널려 있다는 봄에는 쑥, 달래, 냉이 등의 봄나물이 밥상의 주인공이고 여름 밥상은 콩국수나 냉국, 초계탕 등 보양식이 차지한다. 오곡풍성한 가을에는 햇곡식과 햇과일 요리, 김장김치가 입맛을 돋우고 겨울에는 물이 오른 싱싱한 해산물과 가을에 부지런히 갈무리 해 둔 저장식 요리로 배가 부르다.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 번 배워두고픈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조청, 매실청 담그는 법도 익힐 수 있고 고수의 손맛 비법을 전수받고 싶은 나물 요리 쉽게 하는 법도 아낌없이 공개한다. 상추 물김치, 유채꽃 샐러드, 가지 탕수, 생된장 비빔밥, 검은콩 청국장가루 드레싱 등 자식들을 위해 소박한 재료로 만든 맛난 먹거리를 궁리하다 만들어진 음식도 있고, 엄마의 엄마가 만들어 먹던 박나물, 참죽장떡, 방풍나물 등 귀한 레시피도 반갑다.

시골 엄마 요리라고 하여 전통적인 한식만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국민 채소가 된 파프리카나 자색 고구마, 오렌지, 아몬드, 뽕잎차 등을 이용한 이색 요리와 토마토탕이나 옥수수 잣튀김 등의 참신한 조리법이 돋보이는 요리도 한식과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배명자 지음. 사상출판. 15,500

 

SNS 기사보내기
서정애 기자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