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계는 한 마디로 말하면 압사지경이다. 차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기승전결 모두 중국차의 열풍에 휩쌓여 있다. 백차에서 시작해 보이차, 청차, 흑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중국차의 위력에 녹차와 발효차의 영역에 갇혀 있는 한국차가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차 뿐만 아니다. 찻그릇을 포함한 차도구 영역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차시장의 거대화로 인해 중국의 값싸고 질 좋은 중국의 차도구가 차 공예가들을 서서히 숨막히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차와 차도구들이 나쁜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녹차와 발효차는 안정성을 시작으로 맛과 향의 기술이 이미 최고의 수준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차도구 역시 마찬가지다. 백자에서부터 분청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적인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차산업의 거대한 도전에 응전하지 못하고 지리멸멸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내부 분열과 독단적인 권위에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내부분열이다. 작은시장속에서 무질서하게 다양한 계파가 난립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파당싸움은 오랜 세월 차문화계를 곪아 터지게 하고 있다.

차를 만드는 차 농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반세기 넘게 특별한 기준점이 없이 오랜 세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든 차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차를 인정하지 않은 그 같은 독선은 소비자들에게 우리 차를 외면하게 하는 지름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다양성속에서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소비자들을 내 차만 좋은쪽으로 몰아감으로써 결국 우리차를 외면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폐단은 오랫동안 차계의 최상위층에서 차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권위주의다. 근현대 한국차계의 불을 밝힌 1세대들의 공로를 2세대들은 오랜 권위주의로 차계의 흐름을 동맥경화시키고 있다.

다력과 다례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권위주의로 무장한 한국차계는 젊은 차인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한국차계는 조용히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으로 제1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치러진다. 대한민국차품평대회조직위원회는 오는 17일 서울 봉은사, 18일 하동녹차연구소, 19일 보성 봇재홀, 23일 제주온난화대응연구소에서 대한민국차품질평가 기준안 마련을 위한 전국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출발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품질평가 기준안을 마련해 우리차의 기준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점을 통해 우리차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차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한국차계는 여전히 이번공청회에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아니라 이른바 소수의 의견이다. 한국차계의 민낯을 또한 번 만나고 있다. 좋은 것은 다함께 동참해 좋은 길로 만들어가는 것이 차인의 길이요 정신이 아닌가. 우리차계는 이미 차인의 길과 차인의 정신을 잃은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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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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