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차 농사를 짓는 나도 사월이 되면 마실 차가 바닥이 난다. 여러 가지 차통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니 작년 가을 차 농사를 짓는 사람이 직접 만든 차를 들고 청학동에 찾아 왔었다. 한두 번 마시고 무심히 던져두었다가 오늘 아침에 차를 우려 마셨다. 며칠 전 뒷방 손님과도 함께 우려 마셨는데 그때까지는 괜찮은 차이구나 하며 예사롭게 생각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퇴수기에 쏟아 낸 엽저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그 차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체크를 해 보았다.

우선 퇴수기에 버려진 찻잎은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내가 만든 차는 그렇지 못하다. 그 같은 차는 차를 교과서처럼 배운 사람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완성 된 차가 우려 마신 후 잎이 원형 그대로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의 이론은 누가 만들어 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처럼 차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찻잎이 부서지면 우려 낸 탕색이 뿌옇고 탁하다는 이론은 잘 못 된 것이 아니고 잘 못 전달 된 이론이다. 내 견해로는 찻잎이 부서지는 것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유념을 많이 하는 경우, 두 번째는 마지막 가향처리를 고온에서 신속 할게 할 때 일어나는 부서짐이 있다. 전자에 언급한 부서짐은 탕색이 뿌옇게 탁하고 차맛도 어둡고 무겁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기계 유념에서 강약 조절을 잘 못 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나치게 뜨거운 찻잎을 강한 힘으로 유념하면 당연하게 찻잎이 부서지는 수준을 넘어 짓물러지는 수준까지 도달한다.

후자는 내가 만드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에서 시작해서 두 시간 동안 불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조절하면서 가향 작업을 하다 보니 바짝 익어 건조한 찻잎이 부서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원형을 보존하고 싶어서 다른 방법을 택했다면 과연 지금의 차맛을 얻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이 온도의 불의 이름을 < 파도불> 이라고 명명했다.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와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의 현상에서 따 온 이름이다. 올 봄 나는 시도 해 볼 참이다. 언젠가 여행 중에 만났던 강릉 경포대 앞 호수 같은 바다를 보았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호수, 그 호수 같은 불로 마지막 가향처리를 해 볼 참이다.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유기농 차라며 홍보하는 선물 받은 차맛은 꽤나 좋았다. 밭에서 유기농 거름을 사용해서 재배하는 제법 큰 규모의 차밭으로 알고 있다. 우려 마신 후 원형의 찻잎을 보고 흥미로워 내가 만드는 200년 된 돌 틈 사이에서 자라는 찻잎이랑 비교를 해 보고 싶어져서 혼자 놀이 하듯 품평을 해 보았다.

여기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 되었다. 또한 내가 이 원고를 쓰고 돌아보니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져있었다. 접시에 펼쳐 놓은 엽저의 변화였다. 유기농 찻잎은 이미 말라져 수분이 사라져 오그라들었고 200년 고목에서 채취한 찻잎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그 원인의 설명은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실물이 보여 주고 있음이다. 육질이 지나친 거름으로 인해 찻잎이 얇은 것이고, 돌틈 사이에 자란 찻잎은 강하다는 이치다. 두 가지의 차에서 향은 깊고, 얇고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론 퇴수기에 버려진 찻잎의 기운도 육안으로 느껴진다.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왼쪽은 유기농차나무의 찻잎 오른쪽은 200년 차나무의 찻잎.

차는 한가지로 보면 품평이 어렵다. 각기 다른 차를 놓고 똑 같은 방법으로 품평 해 보면서로 다른 차를 금방 알아보기 싶다. 사람들은 유기농이라면 가격을 높이 주고 구매하는 것에 이유를 달지 않는다. 왜 찻잎에 대해서는 이유를 달려고 할까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뒷방 손님과 일주일 동안 차를 마시며 주고받았던 한국 차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귀에 소근소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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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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