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정토사 법당차실에서 봄을 기다리는 매화.
광양 정토사 법당차실에서 봄을 기다리는 매화.

어젯밤 네 가지 차를 마셨다. 내가 만든 작설차와 80년대 말 보이청병( 흔히들 7542 라고 하지요) 과 몇 년 전 중국에 가서 직접 차를 만드는 분으로부터 구해서 어느 스님께 전하고 한편 얻은 지묵당( 흔히들 운보연)상표가 붙은 고수차 잎으로 만든 차( 2009년)를 마셨다. 제다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묵당 차는 내가 그동안 마셔본 차 중에서는 맛과 향이 으뜸이었다.

내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가꾸고 있는 200년 된 금천차밭과 인연이다. 차를 만드는 초창기부터 나는 그냥 찻잎이 좋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 밭 차 잎만 사용했다. 어느 날 객지에 나갔다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 오늘 광양에 100년이 훨씬 넘은 차밭에 다녀왔어요."

오잉? 무슨 뻥을 치고 야단들이야 ? 내가 광양 사는 사람인데. 이상한 유언비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서울에서 이사를 내려와 악양에서 발효차를 만드는 사람이 광양에 200년 된 차밭이 있다고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그 장소는 어디냐 ? 차 밭 소유자는 누구냐 묻다가... 내가 해 마다 만드는 그 차 밭이 아닌가. 그동안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적도 없이 오로지 찻잎이 좋아서 샀다. 그리고 그 차밭 주인이 돈에 눈이 멀어 화학 비료라도 줄까봐 일부러 찻잎 가격도 남들보다 후하게 쳐주었다. 내 차밭 돌보듯 그곳을 10년 넘게 가꾸며 찻잎이 필요한 사람에게 소개를 해 왔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차밭주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차 잎을 따서 팔기 시작했다. 차 농가의 어리석은 행동에 억장이 무너졌다. 그 동네 200년 된 차나무 밭은 약 2만평 규모였다. 그 차밭의 소유자는 총 3사람. 4천평, 7천평, 9천평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가치가 있던 차밭이었던 9천평은 주인의 무관심으로 묵정밭이 되어 있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그 9,000평 주인으로부터 어느날 연락이 왔다.

" 스님이 알아서 돌보고 차 잎을 사용 하세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묵정밭이 된 차밭을 무슨 수로 제대로 가 꿀 것인가. 작년에 많은 분들로 부터 후원을 받아 일부 차나무를 관리를 했지만 치고 올라오는 칡넝쿨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올해도 인도로 떠나기 전 작설차 만들 양 만큼만 관리를 해 놓고 떠났다.

10년도 훨씬 전 어느 날 중국 운남성에서 차를 만든다는 운보연 대표가 한국에 왔다. 밤을 새며 차 이야길 나눴다. 그가 가지고 온 생차를 우려 마셨다. 내가 우습게 생각 했던 중국 생차 맛 하고는 맛과 향이 완전 달랐다. 그 원인이 다름 아닌 운보연 대표의 차는 오래된 고수차( 200- 700년)차나무 잎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스님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 아무개 스님이 중국에 가서 차를 제대로 만들어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중국 차 시장에서 차맛을 인정받고 신뢰를 얻어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운보연 대표에게 차를 구입해서 한국 차인들이게 구매 대행을 해 준적이 몇 번 있었고 다른 물류 운반 상담으로 ( 속가 가족이 중국에서 물류 운송 사업을 하고 있다.) 서로 간에 띄엄띄엄 연락을 주고받고 지냈다. 내가 그로부터 느낀 인상은 참 정직한 마음으로 차를 만들고 있구나.

광양정토사 법당차실에서 봄을 기다리는 산수유.
광양정토사 법당차실에서 봄을 기다리는 산수유.

나는 그동안 중국으로 건너가 차 사업을 하구나 정도로 그의 신상에 아는 것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전해들은 소식은 그곳 아가씨랑 결혼을 해 아이까지 낳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마로다연에 와서 늦도록 차를 마시던 한 손님이 운보연 대표가 다름 아닌 그 소문이 자자했던 백양사 문중 그 스님이란다. 운보연대표와 마로다연에서 밤새도록 차를 마셨지만 그 어떤 것도 묻지도 알지도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남는 기억 한 토막이 있다. 한국 소엽종으로 발효차를 연구하고 만들 수 있는 비법 한가지만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머뭇머뭇 망설이고 말을 안했다. 그 머뭇거림을 보고 나는 당돌하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 그 까짓게 뭐라고 안 가르쳐 주세요"

그가 마지 못해 한가지 팁을 주었다. 밝힐 수는 없지만 꼭 지켜야할 한가지를 내게 알려주었다. 들어 보면 별것이 아닌 듯 하지만 발효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가 알려준 꼭 지켜야할 한가지가 내가 만든 < 마로단차> 의 맑고 깨끗한 맛은 결정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보이차를 정직하게 잘 만든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운보연 대표가 내가 만드는 < 마로단차> 한 꼭지점을 힌트로 가르쳐 준 일 을 지금껏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차 맛을 알아차리는데 무슨 이야기가 필요 하겠는가. 차를 많이 마셔 본 사람 입맛은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자기 돈을 내고 차 한편 사 먹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최고의 차 전문가 마냥 글을 쓰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볼썽사나운 생각이 든다. 차 공부를 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권하고 싶다. 차는 상표 보고 이름보고 배우지 말고 직접 이런저런 차를 많이 마셔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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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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