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속에서 다들 평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더위네요. 이럴때일수록 수분 섭취 많이 하시고 잘 챙겨드셔야 한다는 점...

직업병이라 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잔소기 같지만 이렇게 더울 때는 수분 섭취를 무조건 잘해주셔야 해요. 차보다는 맹물을 드시는게 좋고, 시원한 물보다는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 좋습니다. 바깥활동 후에는 500ml이상 꼭 섭취해주시는 것이 대사 활동에 도움이 되고요. 부디 이 무더위를 건강히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벼운 잔소리를 얹어^^ 조금 늦은 대만 찻집 이야기를 이어가보고자 합니다. 1g의 차가 인상 깊었던<기고당>을 방문했던 다음날, 이미 기고당에 다녀온 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튿날은 정말 가족들과 있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아내가 아이들과 쇼핑을 다녀 올테니 따라가기 싫으면 차가 마시고 오라고 하는게 아닙니까.

“이게 웬 떡인가!”

생각지도 못했던 자유시간 또 주어진 저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대만의 한 거리로 바삐 나섰습니다.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말이지요. 여선생님이라고 대만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분이 하시는 <진미다원>에 먼저 들렀는데 선생님은 다른지점에 계시고 외국인을 상대로 판매 위주로 하는 곳이라 그런가, 형식적인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더군요. 차 한 봉지만 사서 나왔습니다. 딱히 목표로 한곳이 없어서 그냥 터덜 터덜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초록색 간판이 하나 보입니다. 편안한 차림의 주인아저씨 한분만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허름한 동네 찻집이었는데, 차 한잔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들어오라고 하시더군요.

장인어른이 80년동안 하시던 찻집을 물려받아 2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계신다는 주인장은 처음 본 손님도 오래 알고 지낸 동네 사람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분이셨어요.모습은 이래도 100년 가까이 되었답니다. 낡은 정수기, 녹슨저울, 다 찌그러지고 빛바랜 집기들 하나 하나가 왠지 모르게 더욱 정겨운 느낌이었는데요. 주전자부터가 일단 엄청나게 큽니다. 찻잎도 한 주먹씩 가득 채워 우리시는데 바로 어제 1g의 차를 경험하고 왔던지라 차를 즐기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이 문득 재밌게 느겨졌습니다. 어제는 1g의 행복이었다면 오늘은 한주먹의 행복이랄까요.

일요일 오후 찻집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인지 제가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금방 두팀이 더 들어왔고, 어느새 이 작은 테이블이 북적 북적 사람들로 가득차고 말았습니다. 어색한 통성명을 나눈지 얼마 안되어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 해지고. 어머니를 모시고 온 이분도 임씨라는 말씀에 왠지 반갑기도 했고요. 제 우측에 앉은 두분까지, 5명이 함께 차를 마시게되니, 주인장의 손이 무척이나 바빠졌습니다. 북적한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기분이 좋아진 주인장이 찻잎으로 담았다는 술을 한잔씩 내어주셨는데요. 술에 취한 것인지, 분위기에 취한 것이지. 술 한모금에 금새 찻자리의 흥이 두 배가 됩니다.

발렌타인과 비교도 하며 술맛에 대한 맛 품평도 이어졌고요. 본인이 결혼 했던 년도에 만들어둔거라며 광목으로 고이 덮어둔 20년된 차를 내어주시기도 했는데, 맛이 꽤 좋기에 살수 있는지 물었더니 안 판다고 해서 서운했습니다. 안 파는거라 하니까 왠지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무척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 아끼는 차인듯하여 더 조를수는 없어 포기했는데. 한주먹을 꺼내더니 은박봉투에 담아 89결혼기념이라고 적어서 주셨어요. 옆에서 함께 마시던 사람들은 뜻밖의 서비스에 베리스페셜, 베리스페셜, 하면서 부러워했구요. 저는 감사히 받았습니다. 저라도 외국에서 누군가가 와서 차 맛있다고 하면. 조금은 나눌 것 같아요. 이것이 차인의 마음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한국보다 값이 저렴해서 몇 가지 구입을 했더니. 이것저것 인심좋게 조금씩 더 얹어주시기도 하고요. 현지인들과 우연찮게 한자리에 앉아 왁자지껄 떠들며 차를 마시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어요. 인사동과 비슷한 융캉제의 깔끔한 찻집들도 좋지만 대만의 시장거리 한구석에 있는 동네 찻집에서 휴일 오후에 현지인들과 차를 마신 최초의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내심 개척정신을 발휘한 제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고요. 한 주먹씩 찻잎을 넣어 큼지막한 스텐레스 주전자의 물로 터프하게 우려낸 차를 격없이 함께 어루러져 마셨던 그날의 찻자리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대만의 맛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날 만났던 분들도 너무 좋았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죠. 너무나 다른 두가지 차회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밖에도 수확이 큰 대만여행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기고당>에서 사온 차도구에 차를 우려 마시며 한참을 추억에 젖어보기도 했는데요. 작고 예쁜 이 차호들도 참 마음에 들지만 이 개완이 모처럼 마음에 쏙 들어 볼수록 흐뭇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1g정도 찻잎을 넣고 , 물 넣고 문향배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모가지가 얇아서 찻잎이 아래로 걸러지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도구 없이도 편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이동하거나 할때는 뚜껑을 뒤집어 닫으면 안전하기도 하고, 바닥에 둘때도 혼자서 잘 서있게 디자인되어 뚜껑 받침도 따로 필요없습니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드신 느낌이에요.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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