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당시 세계사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던 ‘영국식 홍차’로 인해 탄생한 인문학적인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이 책은 홍차의 역사에서부터 가공 방식과 산지, 그리고 우리는 방식 등의 기본적인 내용과 함께, 홍차가 티타임을 통해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일대 변화를 몰고 와 등장한 역사, 문화, 사회, 명화, 영화, 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기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책이 출간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의 <홍차속의인문학>.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영국식 홍차’가 제2의 르네상스기를 맞기에 앞서, ‘영국식 홍차의 세계’에 처음 들어서려는 분들이나 식음료계 종사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애프터눈 티 등 ‘영국식 홍차의 음식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홍차에 관한 인문학적인 이해도’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책에 소개된 세계의 티타임을 소개해본다.

애프터눈 티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문화는 오늘날 호텔에서도 즐길 수 있어 영국을 대표하는 관광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영국인에게는 애프터눈 티가 그저 집에서 즐기는 생활 방식일 뿐이다. 그래서 호텔이나 특별한 티 숍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좀 특별한 행사로 간주되었다. 여행길이나 가족 행사, 특별한 기념일 등 여느 날과 달리 멋을 잔뜩 내는 당일이 예약한 날부터 기다려진다. 그러한 애프터눈 티이기에 호텔이나 티 숍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여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 애프터눈 티의 기본 메뉴는 본래 샌드위치, 스콘, 그리고 양과자이지만, 최근에는 티 숍이나 호텔에서 테마에 따라 그것을 결정하는 ‘티 코디네이트tea coordinate)’도 일반화되었다. ‘초콜릿 애프터눈 티’, ‘프레타포르테 애프터눈 티’, ‘크리스마스 애프터눈 티’ 등 계절에 따라 메뉴를 바꿔 티 애호가를 즐겁게 하는 호텔도 오늘날에는 많다. 그리고 ‘디톡스 애프터눈 티’ ‘비건(채식) 애프터눈 티’ 등의 건강을 주제로 한 애프터눈 티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림 티

영국 티 숍의 정규 메뉴인 ‘크림 티(cream tea)’. 크림 티는 스콘과 밀크 티를 페어링하여 마시는 티 스타일을 가리킨다. 애프터눈 티보다 약간 캐주얼한 느낌의 크림 티는 영국인에게는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스콘은 늘 먹는 음식이지만 유래도 있고 먹는 방식에 약간의 규칙도 있다. 먼저 스콘은 ‘늑대의 입’이라고도 부르는 갈라진 틈을 따라 손으로 가로 방향으로 둘로 갈라 먹는다. 또한 수직으로 가르는 것은 금기시한다. 티 숍에서는 스콘과 함께 스콘 나이프가 함께 제공되지만, 이 나이프는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바르는 도구로 스콘을 자르는 도구가 아니다. 스콘 나이프의 끝은 둥글게 되어 있다. ‘옥좌의 돌’인 스콘을 향하여 예리한 칼끝을 들이대는 것을 금기시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경우에는 필요한 양만큼 클로티드 그림과 잼을 접시에 들어낸 뒤 스콘 나이프로 바르면서 먹는다. 먹을 부분만큼 발라 그 부분을 먹고 또 바르면서 먹으면 우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한 번에 크림과 잼을 발라 손으로 떼어 내 스콘을 먹는다.

프랑스·벨기에 티타임

미식가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와 벨기에. 그에 관한 긍지는 티타임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원래 프랑스에서 홍차는 귀족 계층의 음료였고, 일반에 보급된 것은 시기적으로 상당이 늦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금도 홍차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경외감을 주고 있어 ‘살롱 드 테(Salon de The)’에서 홍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인 티 숍에서도 티는 반드시 티 포트로 제공되는 것이 원칙이다. 티백 홍차라도 티 포트로 제공되고, 접시에는 반드시 그래뉴당, 굵은 설탕, 각설탕, 흑설탕 등 여러 종류의 설탕이 함께 준비되어 제공된다. 설탕 하나만 보아도 미식을 즐기는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티 숍에서 우유도 저온 살균 우유로만 제공하는 곳들도 많다. 슈퍼마켓의 홍차 판매장에 관해서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티백이 중심이고, 잎차는 전문점에서나 구입할 수 있다.

인도의 티타임

인도인들은 홍차를 대단히 좋아한다. 그리고 마시는 방식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티 모임에서는 영국식 티 스타일로, 시내에서 조촐하게 모이는 가족들 간의 티타임에서는 향신료와 설탕을 듬뿍 넣고 끓여 내는 방식의 밀크 티로 즐긴다. 이렇듯 마시는 방식은 다르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홍차를 즐기는 분위기이다. 세계유산의 보고인 인도는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은 나라이다. 특히 유럽 관광객들은 자기들 나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찾아 인도를 방문한다. 홍차를 생산하는 산지는 그러한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헝가리의 티타임

홍차 소비량이 많지는 않은 헝가리이지만, 홍차를 자유롭게 즐기는 방식은 꽤 다양하다. 헝가리인은 ‘레몬 티(lemon tea)’를 대단히 좋아한다. 어느 티 숍에서든 홍차를 주문하면 레몬이 함께 나온다. 그리고 특산품인 벌꿀도 나온다. 슈퍼마켓의 홍차 판매장에서도 레몬 플레이버드 티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녹차에도 어김없이 레몬 향이 가해져 있다. 레몬 티에 대한 집착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고 홍차 전용의 레몬 정제 상품까지 판매될 정도이다. 생레몬이 없을 경우에 정제를 한 알 홍차에 넣으면 뜨거운 물에 녹아 즉석 레몬 티가 만들어지는 헝가리다운 상품이다.

스리랑카의 티타임

영국의 식민지 기간이 길었던 스리랑카. 우유에도 영국인들의 기호도가 깃들어 있다. 고온 살균 우유는 아직도 가격이 비싸 스리랑카의 일상적인 티타임에는 다른 우유가 주를 이룬다. 바로 ‘분말 우유’이다. 이 분말 우유야말로 스리랑카 티를 즐기는 데 필수품이다. 스리랑카에서는 분말 우유를 ‘키리kiri’라 하고, 이것이 든 홍차를 ‘키리 테kiri tee’라고 하는데, 둘 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티타임

러시아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홍차 대국이다. 1인당 홍차 소비량은 영국에도 뒤지지 않는다. 티 음료 문화의 역사도 긴 러시아에는 그 풍토에 맞는 다양한 다기와 홍차를 즐기는 방식들이 발달하였다. 특징적인 다기는 1778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사모바르samovar’이다. 사모바르는 간단히 설명하면 자동으로 물을 끓이는 그릇이다. ‘사모samo’는 ‘자기 마음대로’, ‘바르var’는 ‘끓고 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사모바르를 사용해 홍차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Cha Tea 홍차교실 지음.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역.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값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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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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